죽음과의 밀당

lyric 2013. 2. 9. 00:18



나는 그저 한 인간일 뿐이고

자신을 잘 알고 있어

내가 어디를 가든

네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걸.

난 너와 평생을 밀당했지

심지어 한두번은 입도 맞췄고

지금 생각해봐도 기분 끝내줬지만

분명 그때 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


네가 내 친구를 건드렸을 때

나는 정신을 놓을 뻔했더랬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

정말로 난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는걸.


아 죽음이여

너와 나,

내 소중한 이들을 소멸시키고

달콤한 안식의 말들로 나를 유혹하는

너는 집요하고, 너는 끈질기네.

내 어머니가 암에 걸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굴복했던 그때,

너는 그분이 애원하게 만들었지

'예수님, 저는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다' 


아 죽음, 죽음, 죽음이여.

하지만 나는 아직 너를 원하지 않아

아니, 안 돼

죽음이여

정말로,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

all the naked and the dead

lyric 2013. 2. 4. 20:50


죄처럼 벌거벗고, 군용 타월로

아랫배를 가린 채 

우리 몇몇은 상기되어 있었지만

무릎은 무너질 듯 떨리고 있었네

'다음, 다음'


난 아직 어린애였고

나 말고도 수백 명이 있었지

앞에는 벌거벗은 몸

내 뒤에도 또 벌거벗은 몸

'다음 사람, 다음 사람'


아직 어린애인 채로

난 순결을 잃어버렸지

군인용 이동식 사창가에서

군대에서 주는 공짜 선물이었어

'다음, 자 다음'


난 말이야, 정말이지 

아주 약간의 부드러움을 바랐던 것 같아

어쩌면 말 한 마디, 미소 한 번

그리고 한 시간 동안의 행복을

하지만 '다음, 자 다음'


아, 그렇게 비극적이진 않았어

하늘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엔

난 그 자리에서 죽을 것만 같았어

'다음, 자 다음'


지금도 나는 항상 떠올리지

사창가의 트럭, 나부끼는 깃발들

남창을 다루듯 우리 엉덩이를 때리던

그 남색가 중위놈을

'다음, 자 다음'


생애 최초의 임질에 시달리며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부을 때

그놈의 역겨운 목소리가

끝도 없이 머리속에 울렸지

'다음, 자 다음'


위스키 쩐내와

시체와 진흙탕 냄새가 나던 

그것은 국가의 목소리 

끈적하게 흐르는 피의 목소리

'다음 사람, 다음 사람'


이후로 내가 침대로 데려간 

그 모든 여자들은 

내 품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내 머리속에 속삭이는 것만 같아

'다음, 자 다음'


헐벗은 자와 죽어간 자들

모두가 서로의 손을 잡고

아무도 이해 못할 악몽에 짓눌려

한밤에 비명을 지르는 나를 지켜보네

'다음 사람, 다음 사람'


외치다 지쳐 목이 메마르고

더이상 소리도 나오지 않을 때면

나는 또다시 끝없는 줄에 서 있어

앞뒤로 늘어선 벌거벗은 몸들 사이에

'다음, 자 다음'


언젠가 나는 두 다리를 잘라내거나

내 몸에 불을 지르고 말겠지

무엇이든, 무엇이든 하겠어

이 줄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다음 사람' 

'다음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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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lyric 2013. 2. 3. 23:38




그토록 원했던 그 뜨거움을

나는 네 숨결의 불길에서 느꼈어

내가 간절히 구했던 그 폭풍을

나는 네 불꽃 같은 호흡에서 느꼈어



너는 태양을 껴안고 있었어

네 품에서 그는 피 흘리며 죽어갔지

네 곁에서 그는 창백하게 사그라들고

네 곁에선 이 세상도 하얗게 빛을 잃지



너의 머리는 맨드라미처럼 붉고 너의 눈은 독사처럼 검지

네 머리는 맨드라미처럼 붉고 네 눈은 독사처럼 검네



너는 말했지 모든 길은 좋은 길이라고

이 다음 길과 너의 마지막 길 사이의 그 모든 길들은

모든 사랑은 네게 최고의 사랑

모든 사랑이 네겐 마지막 사랑이라고

그리고 모든 키스가 작별의 인사

매번의 키스가 네겐 마지막 안녕이라고



네가 태양을 껴안고 있는 걸 보았어

네 품에서 그는 죽을 때까지 피를 흘렸지

네 곁에서 그는 창백하게 사라져갔고

네 곁에선 온 세상이 하얗게 빛이 바래네



너의 머리칼은 맨드라미의 빨강 네 눈은 살무사의 검정

네 머리칼은 맨드라미의 빨강 네 눈은 살무사의 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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