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4

etc. 2010. 5. 14. 18:47

어제는 어학원 애들과 함께 한국음식점에 갔다.
갈비나 불고기는 없는, 분식집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분위기는 괜찮았다. (독일에선) 저렴한 편이고.
대부분 제육이나 쇠고기볶음을 먹었고 소주잔을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 반응도 괜찮았다.
하지만 닭볶음탕을 먹었던 이탈리아 여자애는 좀 고생했던 듯하다.
나로서는 닭볶음탕을 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부주의했던 것이다. 덜 맵게 해달라고 얘기할 것을.
생각보다 애들이 많이 와서, 주문할 때 도와주어야 한다고 잔뜩 긴장 타고 있었는데
뭐 식당 아주머니가 나보다 독일어 훨씬 잘해서...
그러고 나선 바에 갔다. 직원들 차림새나 내부 꾸밈새나 전형적인 캐주얼 맥주바였는데
메뉴는 온갖 커피와 카카오를 비롯하여 의외로 팬시해서, 홍대 카페에 그대로 갖다놔도 될 듯했다.
난 러시안티를 시켰는데 콘피추어와 설탕이 따로 나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찻잔에 넣어져 나와서 살짝 실망.
물론 찻잔도 걍 맥주 마실때 쓰는 유리잔. 누가 멋없는 독일 아니랄까봐.

베를린 동물원은 입장료가 비싼 편이었지만 그값은 했다. 널찍하고 산뜻하고 냄새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 동물들이 깨끗하고 활발해 보여 좋았다. 서울대공원의 침울한 유인원들이 생각났다.

알트 나치오날 갤러리는 온통 대리석으로 내장된 방들이 참 멋졌지만 그림에 있어선 게멜데갤러리보다 못했다.
 
라이헬트에 처음으로 가봤는데 지금까지 본 독일 마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품목 수준은 카이저와 비슷한데
훨씬 넓고 다채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조금 걸어야 하긴 하지만, 앞으론 주로 여기서 장봐야겠다.

팔케의 스타킹들을 온라인으로 사보았다. 어차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착용해볼 순 없다고 해서.
온라인 세일상품 중에서만(그래도 꽤 여러가지 디자인이 있었다) 무조건 가장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만족한다. 무늬랑 색상 다양하고 촉감 좋고 짱짱하고. 세일가로 전부 한 켤레에 2만원대였고
게다가 해외배송은 안되니, 지금 질러주는 게 바른 선택.
(독일은 유럽치곤 배송이 무척 빨라서, 2-3일이면 온다. DHL의 원조 국가답다.)
사포 같은 발꿈치를 자랑하는 나는 평소에 스타킹보다 면 타이즈를 훨씬 선호하는데, 아쉽게도 세일상품 중
타이즈는 거의 다 애저녁에 품절. 누가 실용적인 독일 아니랄까봐.
하긴 베를린은 이건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어중띤 상태니한동안은 이런 불투명 스타킹이 적절할 듯.
독일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고 최초로 양말 왼발 오른발 구분을 했던 곳이라고도 하는데, 최근에는 월포드 등
외국 브랜드에게 밀리고 있는 느낌?

반팔옷이 거의 없는 상태라 살짝 걱정했는데
(하지만 1킬로당 14유로인 구제옷가게를 찾았으니 괜찮다. 단품을 사도 웃옷 3-6유로에 치마 7-9유로, 게다가
해피아워에는 30퍼센트 할인. 안에 털을 댄, 내 조막손에 놀랍게 들어맞는(!) 예쁜 가죽장갑을 9유로로 샀다)  
이 상태로 여름이 오면 반팔옷 따윈 필요도 없을듯.

화요일엔 베를린 최대라는 두스만 서점에 가서 루퍼스 웨인라이트 무료공연 보고, 책구경도 하고,
목요일엔 비텐베르크 플라츠의 파머스마켓?에 가보고.
주말엔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카우치서핑으로 숙박은 무료! 하지만 떡이라도 좀 사다 드릴까.
지금 보눙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베를린의 유일한 한국 떡집이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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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이의 작은 손

lyric 2010. 4. 30. 06:15


우리는 이 세상에 함께 나왔지
서로의 다리를 몸에 두른 채
내 뺨을 누이의 뺨에 맞댄 채
얽혀진 덩굴마냥 그렇게 났었네
 

우리는 강가에 살았었지
먹구름 떠도는 날이란 없던 곳
내 누이의 작은 손 안에서
햇살은 벌꿀처럼 흘러퍼졌네  
 

그러나 바스락거리는 수풀 속에서
시큼한 사과를 따던 날
들장미 덤불에 넘어진 누이는
그만 뱀에 물려버렸네
 

태양의 금빛 손가락 아래서는
모든 피조물이 그림자를 드리우지
하지만 흔들리는 수풀 너머로 해가 가라앉을 때
몇몇 그림자들은 그대로 머문다네
 

홀로 남은 나는 술을 마셨네
여러 병의 싸구려 위스키를
그러고는 뒷곁의 숲을 헤매었지
깎아낸 막대로 뱀들을 찔러죽이며
 

하지만 스산히 흔들리는 저 수풀 속에서
아직도 난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강을 따라 반짝이는 물결 속에는
아직도 누이의 작은 손이 아른거리네
 

그래서 나는 녹슨 가스통을
그리고 낡은 무쇠 삽을 꺼냈지
수풀을 불태워버리고
돌을 쌓아 강물을 막았네
 

태양의 금빛 손가락 아래서
모든 생명체는 그림자를 드리우지
하지만 흔들리는 수풀 너머로 해가 져갈 때
어떤 그림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네



 

:

soft boys - tonight

lyric 2010. 4. 11. 17:44


얼핏 들으면 쫀득한 로큰롤 러브송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뭔가 쭈뼛



오늘밤 나는 여기 그리고 모든 곳에 있어
오늘밤 나는 여기 그리고 어디에나 있어
나는 여기에 그리고 모든 곳에 있을 거야
오늘밤

거대한 배가 남기고 간 물자국 속에
멋쟁이 여자애가 샐룩대는 엉덩이 곁에
멋쟁이 남자애의 입술이 그리는 곡선 위에 
오늘밤

비행기가 그리고 간 궤적 속에
연금도 없는 노인의 케이크 안에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여기 있는 건 아니야
오늘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나는 엄청나게 길쭉한 코를 들이밀 거야
오늘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오늘밤, 나는 나무들 아래 있을 거야
괜찮아
오늘밤을, 나는 너무도 오래 기다려왔어
오늘밤엔, 뭔가 잘못되지만 않는다면
다 괜찮을 거야
오늘밤은

네가 늙었을 때 주변을 돌아보면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올 거야
오늘밤 나는 떠나지만 여전히 머물러 있을 테니까

네가 현관에서 열쇠를 돌릴 때면
누군가 집 안에 있었단 걸 알게 될 거야
오늘밤 그건 나였지만 너는 영문을 모르겠지
오늘밤

망가진 차의 뒷좌석에
진공 보온병의 테두리 위에
어딜 가든 오늘밤 너는 나와 함께일 거야
오늘밤
네가 어딜 가든 나는 너와 함께할 거야
오늘밤
어딜 가든지 오늘밤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오늘밤, 난 네 곁에 있어
난 네 곁에 있어
오늘밤, 난 너와 함께 있어
난 너와 함께 있어
오늘밤, 난 네 곁에 있어
난 네 곁에 있어
오늘밤, 난 너와 같이 있어
난 너와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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