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이의 작은 손

lyric 2010. 4. 30. 06:15


우리는 이 세상에 함께 나왔지
서로의 다리를 몸에 두른 채
내 뺨을 누이의 뺨에 맞댄 채
얽혀진 덩굴마냥 그렇게 났었네
 

우리는 강가에 살았었지
먹구름 떠도는 날이란 없던 곳
내 누이의 작은 손 안에서
햇살은 벌꿀처럼 흘러퍼졌네  
 

그러나 바스락거리는 수풀 속에서
시큼한 사과를 따던 날
들장미 덤불에 넘어진 누이는
그만 뱀에 물려버렸네
 

태양의 금빛 손가락 아래서는
모든 피조물이 그림자를 드리우지
하지만 흔들리는 수풀 너머로 해가 가라앉을 때
몇몇 그림자들은 그대로 머문다네
 

홀로 남은 나는 술을 마셨네
여러 병의 싸구려 위스키를
그러고는 뒷곁의 숲을 헤매었지
깎아낸 막대로 뱀들을 찔러죽이며
 

하지만 스산히 흔들리는 저 수풀 속에서
아직도 난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강을 따라 반짝이는 물결 속에는
아직도 누이의 작은 손이 아른거리네
 

그래서 나는 녹슨 가스통을
그리고 낡은 무쇠 삽을 꺼냈지
수풀을 불태워버리고
돌을 쌓아 강물을 막았네
 

태양의 금빛 손가락 아래서
모든 생명체는 그림자를 드리우지
하지만 흔들리는 수풀 너머로 해가 져갈 때
어떤 그림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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