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시대의 히키코모리

lyric 2009. 3. 1. 22:18
Vic Chesnutt - Flowers On The Wall 


당신이 염려한다고들 그러더군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말야.
하지만 당신이 나를 생각해준다면
아마 단지 양심의 가책 때문이겠지.
내가 당신 입장이라면
걱정 따위 전혀 안 할 거야,
당신과 친구들이 나를 걱정하는 동안
나는 진짜 재미나게 지내고 있으니까.
벽지에 놓인 꽃무늬를 헤아리는 건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거든.
쉰한 장짜리 트럼프 카드로
밤이 새도록 솔리테어 게임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TV로
<캡틴 캥거루>를 시청하지.
그러니 행여라도 내가
심심할 거라고 말하지 마.

오늘 밤 나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시내에 놀러나온 척해보았지.
적어도 공상 속에서는 나도
지칠 줄 모르는 난봉꾼이라고.
그러니 나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할 필요따윈 없어.
언제든지 여기로 찾아와보면
내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알 테니까.
벽지에 놓인 꽃무늬를 헤아리는 건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거든.
쉰한 장짜리 트럼프 카드로
밤이 새도록 솔리테어 게임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TV로
<캡틴 캥거루>를 시청하지.
그러니 행여라도 나한테
적적하지 않냐고 묻지 마.

만나서 반가웠어.
그만 가봐야겠군.
내 꼴이 엉망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이렇게 환한 데 나오니
내 눈이 영 시려워서 말이야.
이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도
내 신발에는 너무 버겁군.
그러니 그만 내 방으로 돌아가서
하루 일과를 끝마쳐야겠어.
벽지에 놓인 꽃무늬를 헤아리는 건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거든.
쉰한 장짜리 트럼프 카드로
밤이 새도록 솔리테어 게임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TV로
<캡틴 캥거루>를 시청하지.
그러니 행여라도 내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진 마.



이쯤되면 면벽수련에 가까운 경건함이 느껴진다.

온라인 시대의 히키코모리들은
자신이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와 함께하고 있다는
-매일매일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이같은 반복의 禪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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