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nger pigeon

lyric 2018. 3. 10. 01:19



네가 집을 떠난 이후로
난 공원에서 살고 있어
텅 빈 아파트보다는 차라리 
바람에 대고 얘기하는 게 낫거든

잊을 수만 있다면 좋겠어
내가 처음으로 네 팔에 닿았던 순간
내 공허한 죽어가던 심장 속으로
백만 마리 새들이 날아들어 왔던 걸

한때 세상엔 나그네 비둘기란 새들이 살았대
하늘을 까맣게 뒤덮일 만큼 수없이 날아다녔던
그 새들은 총과 몽둥이와 그물과 가스로 죽어갔지
덩굴에 매달린 빈 둥지들밖에 남지 않았을 때까지

믿을 수가 없어, 백만 마리 새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이제 공원엔 아무도 없어
바깥 날씨가 너무 춥거든
노 젓는 보트들도 모두
눈에 하얗게 덮여버렸지

또다시 어둠이 내렸어
가로등에 딸각 불이 들어와
하지만 난 아직도 여기 앉아 있지
얼어붙은 맥주를 홀짝이면서

새하얀 눈더미 속으로
감자칩을 집어 던지면서
혹시라도 겨울 밤을 계속 날아가기로 한
새 한 마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믿을 수가 없어, 백만 마리 새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 일이야, 백만 마리 새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