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2

etc. 2010. 8. 22. 08:16


이곳에서 여행을 하기란 참 쉽다. - 적어도 내게는.
일단 카우치서핑 사이트에 가서 목적지로 검색 후 메일을 여남은 통 쓴다.
그러면 적어도 한두명은 긍정적 답을 주게 마련이다.
다음엔 미트파렌 사이트에 가서 출발일로 검색 후 문자나 전화를 몇 번 돌린다.
그러면 적어도 한명은 자리가 있다고 답하게 마련이다.
전날밤 가방에 대충 이것저것 챙겨넣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끗

이곳에서의 나날이 이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부터 2박3일은 또 출타할 예정이니 사실상 하루밖에 안 남았다고 봐야겠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어제는 포츠담과 알트 쾨페닉까지 찍어주고
오늘은 빈터펠트플라츠 거리시장에 마지막 인사를 고하러 갔다. 다행히 어제부터 날씨도 끝내줬다.
포츠담은 왠지 고루할 거 같아서 여직 안 가고 있다가
그래도 베를린 6개월 체류하면서 상수시 한번 안 들르는 건 조금, 싶어서 걸음을 했는데
이런, 예상보다 좋네. 샬로텐부르크보다 훨씬 나은 듯.
녹지 사이로 건축물들이 적절하게 들어서 있어, 비싼 돈 내고 실내 구경하는 대신 산책만 해도 충분히 좋다.
나 역시 오랑제리 등은 건너뛰고 화랑만 둘러봤는데, 궁정 컬렉션이 흔히 그렇듯 대부분
하품나는 주제와 고루한 기법들이었지만,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가 그 사이에 끼어 있어 깜짝.
17세기의 장엄추와 19세기의 부르주아스러움, 이렇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샬로텐부르크 성과 달리
베르사유를 본따서 지어진 곳이다보니, 시각적 쾌감의 극치에 가까운 18세기 조각도 잔뜩 볼 수 있었다.
알트 쾨페닉은...전혀 베를린 같지 않았다! (칭찬이다)
만약 다시 이 도시에 체류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물과 가까운 지역에서 지내고 싶다.
변두리라도 상관없고. 힙한 예술가 지역 따위는 관심 없으니까.
 
이곳에 온 첫날 캐리어가 망가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는데 (덕분에 한밤의 택시라는 사치를)
기막힌 타이밍에 중고 캐리어가 싼값으로 나온걸 보았다. 어쩌다보니 함부뤀에서 직거래를 다해보겠네.

귀국하면 읽고 싶은 책들이 밀려 있다. 위시리스트를 살피다가 문득 어느 책 제목에 피식했다.
대학 친구 중, 새내기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내가 (해맑은 표정으로) 검색중이던 책 제목이
<식인의 역사>였기 때문에 사년 내내 그 첫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후일에 고백한 이가 있었다.
왠지 다음번에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면, 이번에는 저 책을 지참하여 한결 참신한 인상을 주어야 할 것 같다.
- <능지처참>.

누가 말해줬는데, 뤼벡은 노르드제가 아니라 오스트제라고 한다.
아이고, 역시 후줌에 갔어야 했어.



메리 블랙의 목소리. 젊은 시절의 풀이파리 같은 청신함도 좋지만, 한숨이 결결이 배어나는 듯한 최근 목소리가 역시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