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ufelsberg

etc. 2010. 7. 21. 07:40


와 사랑에 빠졌다.

내가 가진 베를린 안내서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가장 높은 해발 120미터(!)의 인공언덕. 전쟁의 잔해로 만들어졌다.

겸손한 높이를 자랑하다보니 정상에 올라가도 정상같지가 않은데-대체 정확히 어디가 정상이냐 싶은데,
연날리는 사람 일광욕하는 사람 사진찍는 사람 혼자 앉아 그림그리는 훈남 등 다양한 군상들이 있었지만,

진정한 매력은 다크사이드 오브 토이펠스베르크에.

철조망에 난 구멍으로 몸을 집어넣어 이래저래 길을 따라가다보면
분단시절 동독의 라디오 송수신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골프공 모양의 전파탑(?)과 그에 딸린
여러 건물들의 폐허가 된 잔해가 남아 있다.
한낮에도 손전등이 있어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을만큼 캄캄한, 때론 바닥이 반이상 무너진 공간들이
온갖 허접쓰레기와 마구 자란 식물들, 그리고 베를린의 다른곳과 마찬가지로 알록달록하게 사방을 도배한
그래피티 사이로 뻗어 있다.  
그야말로 황량하고, 살풍경하고, 버려진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하다.
타헬레스도 여기에 비하면 너무 팬시해 보이는.

이곳을 소개한 글에서는 '구급상자 지참을 권장'이라고 겁주었지만, 난 치마바람으로도 잘 돌아다녔다.
하지만 손전등은 확실히 아쉬웠고.


2002년 말뫼에서의 woven hand 공연 부틀렉을 다운받았다.
5월에 그리도 기대하던 공연을 막상 보고는 어쩐지 아쉬워 이젠 DEE도 전성기는 지난건가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바로 다음날 프랑크푸르트에서 본, 바야흐로 절정기에 오른 조애너 뉴섬의 공연에 비교돼서 더욱)
그래서 한동안 이들의 음악은 봉인상태였지만 (겨울동안 지나치게 많이 듣긴 했다)
첫곡부터 바로 심장이 내려앉나 싶은 - 내게 익숙한 동요가 닥쳐왔고, 그래서 더욱 심정이 복잡해졌다.
2010년이 아니라 2002년 (적어도 2004년쯤에) 내가 이들 공연을 직접 볼수 있었으면 얼마나 감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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