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nger pigeon

lyric 2018. 3. 10. 01:19



네가 집을 떠난 이후로
난 공원에서 살고 있어
텅 빈 아파트보다는 차라리 
바람에 대고 얘기하는 게 낫거든

잊을 수만 있다면 좋겠어
내가 처음으로 네 팔에 닿았던 순간
내 공허한 죽어가던 심장 속으로
백만 마리 새들이 날아들어 왔던 걸

한때 세상엔 나그네 비둘기란 새들이 살았대
하늘을 까맣게 뒤덮일 만큼 수없이 날아다녔던
그 새들은 총과 몽둥이와 그물과 가스로 죽어갔지
덩굴에 매달린 빈 둥지들밖에 남지 않았을 때까지

믿을 수가 없어, 백만 마리 새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이제 공원엔 아무도 없어
바깥 날씨가 너무 춥거든
노 젓는 보트들도 모두
눈에 하얗게 덮여버렸지

또다시 어둠이 내렸어
가로등에 딸각 불이 들어와
하지만 난 아직도 여기 앉아 있지
얼어붙은 맥주를 홀짝이면서

새하얀 눈더미 속으로
감자칩을 집어 던지면서
혹시라도 겨울 밤을 계속 날아가기로 한
새 한 마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믿을 수가 없어, 백만 마리 새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 일이야, 백만 마리 새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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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etc. 2017. 2. 3. 13:07

꿈. 십대 초반 소녀쯤의 나와 여동생은 야외 테이블에서 젊은 여자 가정교사(?)를 마주보고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교사가 뒤쪽으로 좀 떨어져 있는 건물(그곳과 테이블 사이엔 아무것도 없이 휑했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서 누가 날 자꾸 쳐다보는데." 내가 그쪽을 보자 10층 안팎의 창문에서 이쪽을 내다보는 여자가 보였다. 상당히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자의 눈빛이 나와 한동안 맞닿았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있는 창문가로 크고 색 고운 앵무새 같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여자는 풍성한 깃털뭉치에서 하나를 뽑더니 내게 키스를 불어 보내듯 그 깃털을 날렸다. 그러나 그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깃털은 날 살짝 비껴 옆에 있던 동생 쪽으로 날아갔고, 내가 입고 있던 분홍빛의 부드럽고 얇고 풍성한 원피스만이 풍선처럼 바람을 머금고 한껏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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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ow's a girl inside my cake

lyric 2015. 5. 1. 19:04



내가 젊었을 적에 슬픔이 나를 찾았지

슬픔은 기다렸고 마침내 이겼네

슬픔은 내가 약을 먹게 만들었고

젖과 꿀을 마실 때도 그 맛을 느끼게 했네


내 여린 마음을 물 위에 남겨두지 말아줘

누더기와 뼈로 연민으로 나를 감싸줘

나는 당신을 지우고 싶지 않으니

나는 당신을 지우고 싶지 않으니


슬픔은 파도 위에 떠오른 나의 몸

슬픔은 케익 안에 숨은 깜짝 아가씨

나는 슬픔이 세운 도시에서 살아가네

젖과 꿀에서도 나는 슬픔의 맛을 느끼네


내 여린 마음을 수면에 남겨두지 말아줘

넝마와 연민으로 나를 감싸줘

나는 당신을 극복하고 싶지 않으니

나는 당신을 극복하고 싶지 않으니




Sorrow found me when I was young
Sorrow waited, sorrow won
Sorrow they put me on the pill
It's in my honey, it's in my milk

Don't leave my hyper heart alone on the water
Cover me in rag and bone sympathy
'cos I don't wanna get over you
I don't wanna get over you

Sorrow's my body on the waves
Sorrow's a girl inside my cake
I live in a city sorrow built
It's in my honey, it's in my milk

Don't leave my hyper heart alone on the water
Cover me in rag and bone sympathy
'cos I don't wanna get over you
I don't wanna get ov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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